<5월17일>
며칠 사이에 국산 영화 2편을 봤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임상수 감독의 '하녀'와 이창동 감독의 '詩'
下女는 그야말로 저급하기 짝이 없었고(김수현이 3억이나 받고 시나리오를 썼다는데) 詩는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선정적인 화면이나 쇼킹한 반전에 넘어가지 않는 걸 보니 나도 어느새 과대포장을 싫어하는 나이가 됐나 보다.
땅에 떨어져 썩어가는 살구 한알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65살 흰머리소녀 미자의 詩.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게 삶의 본질이라는 메시지다.
무언가 거창한 걸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은 접고, 한 알의 살구처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썩어갈 일이다.
가족의 울타리 노릇만 제대로 해도 얼마나 다행이냐. 내 존재 자체가 의미가 될수 있고, 그들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면.
언젠가 다가올 노년이 수즉다욕(壽卽多辱)은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