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양귀비 꽃이 만발한  강가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수영대회가 벌어졌으니 큰 구경거리 생긴 거다.

참가 선수만 해도 1,700여 명, 응원 나온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2천명이 넘는다.

 

 

 

 

 

 

태화강 용금소 앞에서 출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되돌아오는 2 Km의 레이스.

3백~5백명씩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하는데 내가 출전한 2그룹 인원이 제일 많았다. 470명이 동시에 출발!!!

 

 

 

 

 

 

대회를 앞두고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긴장되고 불안했다.

젊은 선수들 틈에서 뒤처지지 않고 과연 내가  2 Km를 완주할 수 있을까. 중도탈락하면 그 창피를 어쩌지?

 

 

 

 

 

 

아침 일찍 가서 경기장 주변을 살펴보고 다른 그룹 경기도 열심히 지켜봤다.

첫 경기에 출전했던 여자 선수가 출발 20분만에 울면서 나오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나도 저리 되는 거 아녀???

 

 

 

 

 

 

아침마다 함께 수영하는 선수반 멤버들 11명이 <태화강 전국 수영대회>에 출전했다.

기라성같은 젊은 선수들 사이에 끼어든 것 만으로도 스포츠신문 1면 톱 감이다. 4~50대9명, 60대 2명!!! (오합지졸에 가깝다)

 

 

 

 

 

 

 태화강 위에 설치된 부교 위에서 핀(오리발)을 신고 입수한 시각이 11시반.

간밤에 비가 와서 그런지 강물은 차가웠고, 한치 앞이 안보일 정도로 혼탁했다.

 

 

 

 

 

 

총소리와 함께 출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나가는데, 초반 300미터는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남의 오리발에 걸리기도 하고 내 등짝에 누가 올라타기도 했다.

실내수영장과는 달리 레인도 넓어서 어디가 어딘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왼쪽 레인으로 상류를 향해 1Km 헤엄쳐 반환점에서 전자칩 팔찌로 터치, 다시 오른쪽 레인으로 내려오는데

선두 그룹은 20분대에, 중간그룹은 30분대에, 후미 그룹은 40~50분대에 들어왔다. 나? 물론 중간 그룹이지 ㅎㅎ

 

 

 

 

 

 

사흘 전부터 상류 댐에서 물을 방류했다는데도 강물은 생각보다 짭쪼롬하고 혼탁했다.

순위에 든다는 생각보다 오로지 완주에만 목표를 두고 여유있게 헤엄쳤다. 다리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야!!! 니~ 생각보다 잘 하네! 사실은 니가 제일 걱정이더라. 연습도 제일 많이 빠지고 해서... 역시 넌 지구력이 있어!"

시합을 마치고 나서 왕언니가 내 어깨를 툭툭쳤다.

사실은 물에서 나오는 순간 현기증이 나려고 했다. 물 속에서 목이 말라 혼났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강물을 먹을순 없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기쁨에 겨워 포효하고 있다.

 

 

 

 

 

 

준비체조하는데 왜 여자 선수는 없을까??? 하긴, 출전선수의 70%가 남자더라만...

 

 

 

 

 

 

완주 축하 세레모니. 맥주 거품은 공중에 날리고 ^^*

 

 

 

 

 

 

완주한 사람에게 주는 메달. (액자에 넣어 보관할까보다 ㅎㅎ) 수모에 적힌 9048은 출전 번호.

 

 

 

 

 

 

반신수영복은 키가 더 작아 보이는데도 굳이 저걸 입자고들 해서 툴툴거렸다.

허벅지 내놓기가 부끄럽다는 얘기였는데... 행사장에 가보니 다이빙용 수트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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