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궁에서 심원까지 지리산 옛길을 다녀와서도 왠지 글 쓰기가 싫었다. 사진도 마음에 들지 않고, 글도 풀리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매듭 하나가 머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는데 마침내 답이 생각났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끊어버리면 된다!!!
둥근 돌도 있고 모난 돌도 있지. 왜 사람들은 둥근 돌만 옳다고 할까.
둥근 돌이 인간관계의 모범답안이긴 하지만 모난 돌을 갈아서 일부러 둥글게 만들 필요는 없다.
네모난 돌은 네모난대로, 세모진 돌은 세모진대로,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둥근 돌로서 가치가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격적 약자를 봐주면 안될까? 두루두루 섞여사는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가?
십수년간 산에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옷깃만 스치고 지나간 사람도 있었고 지금까지 내 곁에 있는 사람도 있다. 인연이란 흘러가는 물과 같다. 잘 흐르다가 돌에 걸리거나 沼에 갇히기도 하고, 지류로 빠지기도 한다. 애닯을 것도 없고 서운할 것도 없다. 내가 덕이 부족했거나 서로 인연이 그 뿐이었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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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굽다가 / 김수열
등 푸른 고등어 한 손 사다가 / 절반은 구이용으로 패싸고 / 나머지는 조림용으로 토막 내고 / 불판에 올려 고등어를 굽는다
적당히 달구어 뒤집어야 / 유연한 몸매 그대로 살아 / 푸른 물결 찰랑이는데
대책 없는 서툰바치 / 뒤집을 때마다 몸통 갈라지고 / 능지처참이다
사람 만나는 일 / 더도 덜도 말고 생선 굽듯 하라는데 / 얼마나 많은 사람 망가뜨리면서 / 나는 여기까지 왔을까
또 얼마나 많은 사람 무너뜨리면서 / 남은 길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