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참 고마운 인연도 다 있지. 삶의 올레길에 숨어있는 기쁜 인연들을 생각하면 살 맛이 난다.
웹에서 만난 인연이란 허망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가보다.
블로그 친구가 다리 놓아준 참 고마운 인연, 명제한의원.
늙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도 굶주렸고, 금욕적인 식생할에 철저했던 어머니 덕분에 고기 맛도 모르고 살았던 남자.
50대를 넘고 그 남자의 몸에 신호가 온 건 2년 전이다. 그때 아슬아슬 위기를 넘기고 지금까지 시난고난이었다.
기초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먹는 건 부실하고(편식) 회사 일은 과중하고... 내심 걱정이었다.
진료를 끝내고 이기대(二妓臺) 해안을 거닐면서 남편의 얼굴을 보니 나리꽃처럼 밝고 환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의사들 중에서 가장 믿음이 간다고. 진맥이 정확한 것 같다고. 이제사 인연을 만난 모양이라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족집게처럼 맞아 들어가니 속으로 탄복했던 모양이다.
의사에 대한 신뢰를 가졌으니 몸이 차차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신뢰만큼 좋은 약도 드물테니까.
운명적으로 타고난 체질을 인내와 끈기로 버텨온 남자. 이젠 무거운 마음 조금씩 내려놓아도 좋으리.
매사엔 때가 있나 보다. 왜 이제사 만났을까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라도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명의를 만나는 것도 때가 되어야 하고, 인연이 닿아야 하는 것이니.
철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오륙도 앞. 고마운 인연들을 생각하니 갈증마저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