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맺힌 연꽃을 찍겠다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는데, 울산-경주간 국도가 그만큼 밀릴줄 몰랐다.

 

 

 

 

이슬은 커녕 햇살도 제대로 안퍼지고 푸른 하늘도 안 나오네 ㅠ.ㅠ

 

 

 

 

앗! 전방 100M에 모델 출현.

수녀님, 조금만 더 천천히... 옆으로 조금만... 먼 발치에서 두 분을 따르며 열심히 샷을 날렸건만...

 

 

 

 

水陸草木之花,可愛者甚蕃。晉陶淵明獨愛菊;自李唐來,世人盛愛牡丹;予獨愛蓮之出淤泥而不染,濯淸漣而不妖,中通外直,不蔓不枝,香遠益淸,亭亭靜植,可遠觀而不可褻玩焉。 予謂菊,花之隱逸者也;牡丹,花之富貴者也;蓮,花之君子者也。噫!菊之愛,陶後鮮有聞;蓮之愛,同予者何人;牡丹之愛,宜乎衆矣。

 

 "물과 육지의 풀과 나무에 피는 꽃 가운데는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진(晋)나라 도연명(陶淵明)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이(李)씨의 당(唐)나라 이래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매우 좋아한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고 밖은 곧고,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  나는, 국화는 꽃 중에 속세를 피해 사는 자요,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요, 연꽃은 꽃 중에 군자다운 자라고 이른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일이 드물고, 연꽃을 사랑하여 나와 함께 할 자가 몇 사람인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마땅히 많을 것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학자 주돈이가 온갖 꽃 가운데 유독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밝힌 글로, 짧지만 명문장으로 손꼽힌다. 문면 상으로는 연꽃의 고상하고 군자다운 품격을 찬양하고 있으나, 기실은 스스로를 연꽃에 비유하면서, 당시 영리를 추구하는 속물(俗物)들을 비판하고 있다.)

 

 

 

 

 연꽃 소식에  얼마나 귀가 간지러웠으면 수녀님들도 꽃구경을 나오셨을까.

 

 

 

 

연밭에서 만난 선생님(?)께 사진 한수 배우고 있다.  몰카에 잡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M산 9부 능선쯤에 있는 매실농원에 수확을 못한 매실이 그대로 방치돼있단다.

S저수지에서 진입하면 걸어서 1시간, 매실을 짊어지고 내려오기엔 먼 길이다. 공짜 매실 탐내다가 무릎 망가질라. 차를 갖고 가자!

비포장 임도를 타고 30분쯤 달려 농원에 도착해보니 현장은 땅에 떨어진 매실과 나무에 달린 매실이 반반이다.

매실이 무르익으면 살구처럼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넷이 덤벼들어 욕심껏 매실을 땄다. 떨어진 매실이 밭에서 그대로 썪고 있다.

 

노부부가  요양차 산에 들어와 지내다가 매실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판로가 없어 고생했다고 한다.

밭에서 썪고 있는 매실을 보며 노부부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100키로도 넘는 매실을 따서 차에 실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농원에서 임도로 나가는 길이 너무 거칠어 차가 올라가질 못한다.

헛바퀴 도는 차를 임도에 올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매실을 차에서 내리고 진창길에 낙엽을 흩뿌리고 차 바퀴에 돌멩이를 고이고...

마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는 차를 후진시켜 계곡에 처박다시피 방향을 돌려 빽기어로 출발!

천신만고 끝에 진창길을 벗어났다. 가파른 농로를 후진으로 운전해서 위기를 벗어나니 온 몸의 근육에 경련이 일었다.

이럴 때 남자가 필요한기라. 순간적인 판단력, 위기 대처 능력, 여자들은 그런 게 없잖아. 휴~~~

운전대를 잡았던 J님께 감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답게 지혜롭고 용기있게 위기를 벗어나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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