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울 엄마는 첫 아이를 잃고 몇년동안 애를 못 가지다 나를 뱄다고 한다. 금이야 옥이야 귀하다고 이름을 玉으로 지었다.

내 밑으로 연년생 여동생, 그 밑에 두살 터울로 여동생과 남동생 하나가 있다. 막내 남동생은 2대독자.

내가 30살을 턱걸이하며 결혼을 했더니 동생들도 전부 서른을 넘겨 결혼했다.

1남3녀가 모두 50대에 들어섰는데 자식들이 저렇게 어리다. 중딩 3짜리 조카들이라니ㅎ

 

 

 

연이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녀석들은 바다! 바다! 바다! 노래를 불렀다.

내륙에서만 살던 녀석들이라 탁 트인 동해를 보고 얼마나 열광하는지.

둘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니는 게 신기하고 이뻤다. 사촌끼리 자매보다 더 살갑다.

 

 

 

얘들아, 아니? 우리 어릴 때는 너희보다 더했단다. 서로 끔찍히 좋아하고 이뻐하고 아까워했지.

게 딱지 같이 초라한 집인데도 하루종일 아이들이 모여들었단다. 동네에서 제일 작고 제일 복작거렸지.

결혼하기 전까지 나에게 최우선 순위는 가족이었다. 부모보다 동생들이 늘 걱정이었지.

내가 서른에 테이프를 끊고, 아래 동생은 서른여섯에, 그 아래 동생은 서른넷에.... 참 걱정스런 노처녀들이었다.

무능한 부모와 나이든 동생들을 생각하면 숨이 탁 막히던 시절이었지.

 

 

 

자식에게 부모의 역사를 들려주어야 고마운 걸 안다지. 그러나 내 동생은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철 들어 제 엄마가 살아온 얘길 듣는다면 가슴이 아파 쩔쩔맬 것이다. 머리를 벽에 찧고싶을 것이다.

평생 부모 모시고 가장 노릇을 했던 내 동생, 천사표 그녀에게 나는 무조건 백기를 든다.

그렇게 고생하고도 언제나 긍정적인 그녀이기에, 저보다 못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연이틀 바다를 찾았다. 조카들 덕분에 올 여름 처음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갯바위에 웅크리고 앉은 갈매기들이 우릴 보고 놀리는 것같다.

"여름 다 가고 비가 찔찔 오는데, 하필이면 이런 날 바다에 왔슈?"

 

 

 

단잠에 빠진 아이들을 보며 우리 자라던 시절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하다.

단칸방에 여섯 식구가 자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이불이 하나였는지 둘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뭇하다.

가진것 없어도 우애 하나는 각별했던 우리들. 하늘로 돌아가면 다시 단칸방에 모여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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