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노을이 정동진의 새벽을 열고
맨발의 무용가는 망설임없이 백사장으로 성큼 들어섰다.
한(恨)과 슬픔의 살풀이를 추는 동안 바람도 파도도 관객도 숨을 멈추었다.
한겨울 바닷가의 살풀이가 염원하듯 올 한해모든 살(煞)이 물러가기를
원진살, 백호살, 육해살 모두모두 물러가라 훠~~~이!!!
바람을 이불처럼 덮고 /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바람과 놀게 해다오. (황동규 '풍장'중에서)
순백의 설원을 훨훨 날듯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지고.
나이롱 끈에 아가리가 꿰인 황태여, 네가 떠나온 바다가 깊고 푸렀다고 누가 믿어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