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포항 시가지가 굽어보이는 자리에 그 유명한 '그랜드호텔'이 있었다.
풍문으로 들었으나 내 눈으로 확인하긴 처음. 고객을 모시고 온 특수차량이 호텔 앞에 서 있다.
입실에서 양남 재마루로 올라 이스트힐CC를 지나니 거대한 풍력발전기 7기가 서 있는 목장지대가 펼쳐졌다.
토함산이 눈 앞에 보이는 목장에서 장항사지까지의 길은 이렇게 이쁜 길이었지만...
까치 한 마리가 탑 위에 앉아 우리의 장도를 축원하는 듯 ^^*
장항사지 오층석탑. 뒤쪽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추령재(관해동터널) 지나 덕동호 뒷길로 암곡까지 갔더니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와글와글.
무장산 억새를 보러 온 사람들과 차량이 뒤엉켜 가뜩이나 비좁은 마을길이 터져나갈 지경이다.
인파를 뚫고 도투락목장으로 들어서자 본격적인 오프로드가 시작되고.....
자갈보다 크고 바위보다 작은 돌이 울퉁불퉁 박힌 길을 지나자 움푹 패인 진창지대가 나타났다.
이 길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다. 전후진 반복, 돌멩이 투척 등등... 한 30분은 씨름했지 싶다.
김기사, 우짤라 카노? 차가 진창길에 빠져 진퇴양난 아이가?
김기사는 비지땀을 흘리며 진창에서 차를 끌어내고 있는데 사모님은 진흙탕 속에 내려앉은 가을을 담는다.
간도 크재. 여기서 차가 못 나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견인차도 못 올라오는 곳인데.
사모님의 믿음대로 김기사는 수렁에서 차를 꺼내 평화로운 그림 속으로 달려간다.
오래전 버려진 목장터. 저기 살던 목부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끔 제가 살던 곳이 그립지는 않을까?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꽤 알려져있는 곳. 듣던대로 길은 거칠고 험했지만 고요한 정적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목장 꼭대기 버려진 건물에 누군가 장난스럽게 써놓은 글씨.
이 글씨가 바로 그 유명한 그랜드호텔의 발단이라니 귀여운 코미디 아닌가.
가을이 버려진 목장터를 온통 에워싸고 있다. 멀리 포항 시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그랜드호텔 전경. 눈부신 억새 위에 둥실 떠있는 오성급 호텔 ^^*
아이고, 김기사. 와 그라노? 그 험한 데를 와 올라가노!!!
그래 좋다. 인증샷 하나 날려주께~
김기사가 천북 고향 마을을 내려다보며 하는 말,
"누님, 옛날에 여기서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찍을 때 밤에 산 위에서 펑펑 대포가 터지고 불이 번쩍번쩍 했다 아입니꺼."
그때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잠을 설치며 산 위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을 구경했다고.
그랜드호텔에 숙박도 못하고 차는 천북으로 내려서고 말았다.
황금비늘을 털어내며 늠름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 천북초등학교.
김기사 덕분에 종오정을 알았다. 지붕 형태가 특이한 건물로 배롱나무 꽃 필 무렵 오면 참 좋겠다.
보문단지에서 경주월드 지나 코롱유스호스텔로 이어지는 옛길.
차 2대가 마주 지나가기 어려운 이 길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