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다고 획기적으로 달라질 건 없지만, 어쩐지 올해는 기분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
신뢰도는 별로 없지만 일단 삼재(三災)를 벗어났고, 연초부터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육신의 고통에 휘둘리지만 않는다면, 나는 더 열심히 쓰고, 찍고, 여행하고 싶다.
사람농사는 서툴지만 그래도 피보다 나락이 많은 한 해였으면 좋겠다.
혼자 하던 사진놀이를 6학년 행님들과 같이 해보기로 했다.
나보다 연배도 높고, 사진 경력이나 기술적인 면으로 내가 배울 게 많은 분들이다.
맏이로 자라 보스기질이 있는 내가 행님들을 제대로 모실 수 있으려나?
새해와 함께 시작된 행님들과의 인연, 오래 묵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님들, 제가 잘 할게요. 항상 먼저 안부 전하고 살갑게 굴게요. 겸손하게 고개 숙일게요.
사오년 전, 백화점 문화교실에서 사진 강의를 함께 들었던 분이 전화를 하셨다.
암으로 투병하던 옆지기를 보내고, 이제사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는 분.
새해가 데려다준 또 하나의 인연에 고마워하며 "사진 다시 시작하세요. 남은 날들 우울하게 보내지 마세요!"
건망증이 도를 넘어서, 총기를 되살려 보려고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무성한 잡념, 끊임없는 망상... 그 잡초를 없애기 위해 공부라는 씨앗을 뿌렸다.
서당에 가면 행님들이 많아서 좋다. 논어, 맹자 다 떼고 시경을 공부하는 분도 있다.
나이 듦의 여유와 행복을 배우고 싶다. 너그러움과 포용력도 함께~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많은 것을 가졌다.
분수에 넘치면 재물을 쏟거나 사람이 다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처럼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사람 욕심은 절대 부리지 말아야 한다. 물 흐르는대로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