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를 보러 갔다. 벌판 한 가운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 있는 나무를.

그 당당함과 의연함에 외경(畏敬)마저 느껴졌다.

 

 

 

 

사람도 저 나무 닮은 인물이 있을 게야. 참되고 꿋꿋하게 홀로 선.

 

 

 

 

외로워 보이지만 나무를 흠모하는 새들이 많이 날아들고 있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가야산에서 발원한 물이 홍류동을 거쳐 400년생 노거수 옆을 흘러간다.

무성한 그늘로 사람을 불러모으는 저 나무 또한 넉넉한 인품을 떠오르게 한다.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풍경이 이른 아침 고요 속에 잠겨있다.

합천군 야로면 가남정. 임란때 공을 세운 서산정씨 4형제를 추모하는 곳.

 

 

 

내친 걸음이라 겨울 우포늪을 보러 가기로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시야를 흐렸지만 칼칼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한다.

자건거를 빌려 타고 우포늪 한 바퀴,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소목마을까지 걸어서.....

 

 

 

 

소목마을에서 그 유명한 주영학 씨를 만났다. 67세의 그는 밝고 천진하고 유쾌했다.

우포늪 지킴이를 자처하는 그는 엊그제 텔레비전에 출연했다면서 날렵하게 배에 올랐다.

 해가 중천인데 카메라 메고 온 내가 어설퍼 보였는지 여기서 찍어라, 저기서 찍어라 촬영 힌트까지 준다.

전국 사진사들의 단골 모델로 활약하면서 숱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그.

여행의 즐거움은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다. 사진은 보너스~~~

 

 

 

 

"늪이 얼어서 새가 물을 못 먹는다 아입니꺼. 내가 맨날 배 타고 얼음을 깨야 되는기라."

배를 좌우로 흔들면서 얼음을 깨는 그의 낡은 배는 우포늪의 훌륭한 쇄빙선이었다.

 

 

'여행은 즐거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길 꽃길  (0) 2014.03.18
목장이 있던 자리  (0) 2014.03.05
청도 찍고 부산  (0) 2013.12.09
그랜드호텔 가는 길  (0) 2013.11.07
가을 대관령  (0) 2013.11.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