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병우유가 배달되던 시절이 있었다.

해발 400미터의 드넓은 구릉지대,

목장이 있던 자리에서 병우유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프레임 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저 드넓은 초지는 한때의 영화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산등성이엔 잔설이 남아있고 바람 끝도 아직 차다.

눈이 녹아 질퍽한 길에 발을 빠트리며 걸었다.

갑자기 싸락눈이 퍼붓다, 비가 오다, 잠시 햇살이 비치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낡은 전신주와 끊어진 전선처럼 목장은 오래 전에 세상과의 소통을 끊었는데

나처럼 미련한 사람들이 더러 여기 와서 엉뚱한 소통을 꿈꾸는가 보다.

 

 

 

 

기우뚱한 전신주가 오랜만에 드러난 하늘에 한껏 키를 높이고...

 

 

 

 

오프로드족들의 막사 그랜드호텔 한켠.

차를 마시는 저 남자는 그 옛날 유목(遊牧)의 꿈이라도 그려보는 걸까.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네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 순위에 놓는 거야.

<영화 '겨울왕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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