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바닷가에 오두마니 남아있는 꽃대궁.
지난 여름 화려하게 피었던 추억만으로도 저렇듯 환한 얼굴이다.
울지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그 시는 50대 초반에 썼어요. 당시에 제 친구 하나가 저를 붙잡고 외롭다고 하더군요.
집 사람이나 자식, 친구, 직장에서도 외롭다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건 당연한 거라고. 외로움이 인간의 본질인데 괴로워하면 곤란하다고.
인간이기 때문에 외롭고,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결국 나 자신에게 한 말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말 때문에 그 시를 쓰게 됐죠."
정호승 시인 '수선화에게' 관한 인터뷰 中
그칠 듯하던 비가 다시 내려 처마 밑을 찾았다.
유리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아득한 이 느낌은 뭐지....
정호승은 나이 오십에 '수선화에게'를 썼는데 나는 뭘 했지? ㅎㅎ
지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문정희 '동백'>
돌아오는 길에 만난 무지개는 내 가슴에 영원히 남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