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도 너무 붉어 흑매라고 불리는 너. 새벽 안개를 헤치고 달려간 보람이 있었네.
'화엄 경계에서 방황을 멈춘 봄날의 사랑' 이라고 표현한 시인도 있다는데.
평생 방황하는 사주를 지닌 사람, 이 나무 밑에서 방황을 멈출 수 있을지.
삼십여년만에 구층암에 들렀다. 산천은 의구하지 않았다. 너무 많이 변해서 몰라볼 정도였다.
계곡의 물소리가 울창한 건 같았지만, 그 옛날의 정서는 아무 데도 없었다.
물소리에 잠못 이루던 그 밤, 소쩍새가 밤새 울었었는데....
구례에서 아무리 많은 곳을 다녀도 화엄사를 보지 않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화엄사를 둘러본 뒤 구층암을 보지 않으면 이 또한 김치 없는 라면 맛이랄까.
건물의 기둥을 모과나무 도랑주로 사용한 점이 놀랍다.
연기암으로 오르는 길에 만난 길마가지 꽃.
절정을 지나 조금씩 지고 있다. 우째 나를 보는 것같다 ㅎ
화엄사 부속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연기암.
구례 시가지와 굽이치는 섬진강이 아련하게 보인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지리산 화대종주길을 걸어오르며 수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벚꽃 엔딩'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봄눈처럼 휘날리는 꽃잎, 꽃잎, 꽃잎...
그래요. 지금이 가장 좋을 때죠. 내일보다 오늘이 젊을 때.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언제나 오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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