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에 눈이 150센티나 내렸다는 소식에 혹해 비행기표를 끊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눈의 고장이었다.'
문학 역사상 아름다운 첫문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雪國'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들은
지루한 출입국수속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치토세공항에서 여름철 라벤다로 유명한 후라노를 거쳐 아사히가와  1박.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명문장처럼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가 딱 들어맞는 시간이었다.


 

 

요즘 일본관광객이 많이 늘어서 오사카 시내 걸어다니는 사람 절반이 한국인이라나.
가이드 왈 젊은 사람들은 오사카 쪽으로 몰리고 오륙십대는 북해도를 많이 찾는단다.
번화한 도심에서 맛집 투어를 즐기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힐링을 원하는게 우리 나이인가 보다.
오사카는 아들과 다녀왔었는데 벚꽃이 만발한 시즌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화려하고 풍성한 꽃그늘 아래 자리깔고 조용조용 담소하던 사람들!
음주가무도 모자랄판에 어찌 그리 조용할수가? 절제인지 배려인지 그들의 국민성이 느껴졌었다.


 


15층에서 엘베타고 내려오다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룸메에게 불쑥 농담을 던졌다.
"나 이렇게 예쁜데 왜 애인이 없으까?" 그러자 즉석에서 날아온 대답
"언니는 너무 빈틈없고 깐깐해보여요. 똑 부러져 보여요. 그러니까 남자들이 안 붙지."
아니, 세상에! 농담으로 던진 말을 이렇게 진담으로 받다니.
웃자고 한말에 죽자고 덤비다니! 그야말로 웃퍼서 둘이 한참을 웃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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