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도종환>

 

 

 

 

 

 

 

주말마다 집에 내려오는 아들 때문에 아무 데도 못간 게 몇 주째.

어디 어디 무슨 꽃이 피었다는 소식은 귀가 간지럽게 들려오는데, 한 다리 끼지도 못하고 속만 끓였다.

오늘 청노루귀 보러 먼길 다녀왔더니 녀석의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숙소 배정받았어."

그래, 인자 집에 자주 오지마라. 내 좀 살자!!!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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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순의 해녀는 부업삼아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다.

시금치, 봄동 파랗게 자라오는 텃밭에 빨래를 널듯 오징어를 널어놓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건드릴까 염려했을까, 오징어 다리를 서로 묶어놓았다.

아침 빛에 물든 오징어를 담아보려고 뒷날 다시 갔을 때, 오징어는 한 마리도 없었다.

농산물 도둑이 설치는 세태를 늙은 해녀도 일찌감치 간파했는지 밤새 오징어를 다 걷어버렸다.

야박한 인심이 남의 탓이랴.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서로를 믿지 못한 지 오래다.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은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고 걸쳐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들인 것 없고 마음 먹은 만큼 이 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었다는 걸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 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오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툭 지는 봄날에

<도종환 - 지는 동백꽃을 보며>

 

 

 

 

 

 

 

저 고요한 숲에 나는 홀로 앉아있었네.

누구는 사진에 미치고, 누구는 문화재에 미쳤다는데, 나는 왜 아무 것에도 미치지 못했을까.

<경주 남산 탑골>

 

 

 

산길 걷다 지쳐 주저앉고 싶었을 때 만났던...(3/2 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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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날은 바다가 미쳤던가 보다. 나도 덩달아 미쳤던가 보다. 포효하는 파도에 가슴이 흔들려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던...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이론은 빤하지만 실전에서는 번번이 무너지고 마는. (3/3 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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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살이 30여 년만에 석유화학공단 야경에 도전하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하늘에 저런 빛이 숨어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매직아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오늘 그 두 가지를 배웠다.

서울손님 덕분에 울산의 상징과도 같은 공단 야경을 찍고, 내일은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로 올라간다.

자작나무숲으로 갈지, 면옥치로 갈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마음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를 이어주는 법칙은 놀랄 만큼 정확하고 빈틈이 없다.

걱정과 근심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늘 걱정 근심거리만 생긴다.

그러나 희망에 넘치고 신념에 차 있는 마음은 희망과 신념에 찬 우주의 기운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인다.

비관과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낙관과 희망은 건전한 삶에 이르는 재기의 통로다.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죽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끝없는 시도요 실험 아닌가. <법정스님 '두려워하지 마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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