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그 언덕을 올라서자 놀라운 그림이 펼쳐졌다.

저녁 노을에 물들어가는 구름을 배경으로

스님 한 분이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이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너무 감격해서 숨소리도 제대로 못 내고 셔터를 눌렀다.

미동도 없이 좌선 삼매경에 빠진 모습에 홀려 발이 얼어붙었다.

 

"스님, 뒷모습 몇장 찍었어요.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려서요."

나중에 인사를 나누고 보니 도초도 모 사찰에 혼자 계신다고.

 자건거로 한 시간 걸려 여길 왔다고.

밤길을 혼자 돌아가는 젊은 스님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무섭지 않냐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수행자는 고독을 양식으로 삼는 건데, 무섭다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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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 이향아

 

칠월 저녁나절

길거리로 나도는 바람

타이르듯 타일러 달래듯

가로수 잔등 쓰다듬고 내려오는 그 바람 마주치듯

만나라도 봤으면

장대같이 여윈 그림자

훠이훠이 끌고서

모처럼 큰 맘 먹고 돌아온 고향

우리 동네 묵은 장터께로

흥정이라도 붙이려는 듯

건달패처럼 일없이 기웃거리는 저녁

소식이나 들을까

팔짱끼고 어슬어슬 바람쐬러 나온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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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안의 매력은 해무.

수시로 출몰하는 녀석들에게 홀려

숲 속을 헤매곤 한다.

 

 

 

 

 

 

습한 바람과 눅눅한 공기

피부에 달라붙는 염분이 귀찮지만

하나를 포기하면 다른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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