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랭이풀이 호위하는 석탑 한 기

가을장마가 아니었다면 진작 와봤을 걸

길 없는 길을 찾아 삼 세번만에 겨우 닿은 인연.

 

 

 

 

 

 

기단석에 새긴 팔부신중(佛國을 지키는 8명의 神)

규모와 완성도 면에서 가치가 높은 조각이라고.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팔부신중상이 조각된 탑은 4~5기 밖에 없다나.

 

 

 

 

 

 

아쉬워서 돌아보고 또 돌아본 창림사지 삼층석탑.

언덕에 우뚝 선 모습이 멀리서도 의연했는데 들머리를 못 찾아 한참 헤맸네.

역시 네비를 맹신할 일은 아니야.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기도 서울?  (0) 2021.09.17
중계동 104번지  (0) 2021.09.15
호강  (0) 2021.09.09
명상  (0) 2021.08.02
정담  (0) 2021.07.23

 

가을장마가 계속되니 애가 탔을까.

도로 경계석 위에 고추를 널어 말리는 풍경이라니.

달구어진 돌 위에 올라앉아 오늘은 고추가 호강하는 날.

 

 

 

 

 

 

앗! 고추 주인이 나타나셨다.

행여 누가 가져갈까봐 지키고 앉아계신다.

"작년엔 다 말린 걸 누가 쓸어갔지 뭐야. 올핸 어림없어!"

 

 

 

 

 

 

해가 기울자 고추 꼭지를 따서 바구니에 담으신다.

손바닥만한 땅에 심은 고추 몇 포기,

아쉬운대로 독거노인의 양념 노릇은 하나보다.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계동 104번지  (0) 2021.09.15
그 탑  (0) 2021.09.13
명상  (0) 2021.08.02
정담  (0) 2021.07.23
안개섬  (0) 2021.07.19

 

 

저물녘 그 언덕을 올라서자 놀라운 그림이 펼쳐졌다.

저녁 노을에 물들어가는 구름을 배경으로

스님 한 분이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이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너무 감격해서 숨소리도 제대로 못 내고 셔터를 눌렀다.

미동도 없이 좌선 삼매경에 빠진 모습에 홀려 발이 얼어붙었다.

 

"스님, 뒷모습 몇장 찍었어요.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려서요."

나중에 인사를 나누고 보니 도초도 모 사찰에 혼자 계신다고.

 자건거로 한 시간 걸려 여길 왔다고.

밤길을 혼자 돌아가는 젊은 스님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무섭지 않냐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수행자는 고독을 양식으로 삼는 건데, 무섭다니 ㅎㅎ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탑  (0) 2021.09.13
호강  (0) 2021.09.09
정담  (0) 2021.07.23
안개섬  (0) 2021.07.19
지독한 사랑  (0) 2021.07.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