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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주민은 봉인가?

지우당 2006. 2. 28. 11:34
[기고]동구 주민은 봉인가?


 ◇ 강 옥 수필가
염포산터널 민자추진
통행료징수 결사반대
외곽지역 정책배려를

출·퇴근이 가깝다는 이유로 동구에 살아온 지 만 21년.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오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지역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울산 시민으로서 똑같은 세금을 내고 사는데 동구는 왜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대 계열사 등 대기업이 울산시 세수에 기여하는 비중을 따지면 동구에 특혜를 주어도 모자란데 말이다.
얼마 전 울산시에서 염포산터널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듣고 기가 막혔다.
민간자본을 투입하여 염포산터널을 건설한 뒤 30년 동안 통행료를 받을 거라고 한다.
아니, 울산시는 동구 주민들을 봉으로 여기나? 시내를 오가는데 통행료를 지불하라고? 출·퇴근길의 그 많은 차량들에게 날마다 통행료를 받겠다고?
북부순환도로를 비롯한 울산 시가지의 수많은 도로에는 국비와 시비를 쏟아부어놓고 염포산터널에는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니 이건 누가 봐도 차별대우다. 한마디로 울산시는 동구를 천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동쪽 구석에 위치해있으니 홀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 울산시는 민자도로의 승패를 시험하기 위해 동구를 선택한 것인가?
울산시를 대표하는 기관이 전부 중·남구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구에 법조타운, 중구에는 혁신도시, 북구에는 강동권개발과 진장유통단지, 울주군에는 역세권개발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동구에는 뭐가 있는가? 자치단체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구민들에게 희망을 주는데 동구 주민들에겐 희망이 없다. 도시발전의 기본이 되는 도로 교통 문제부터 냉대를 당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염포산터널 민자 추진은 한마디로 동구 주민을 업신여기고 박대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동구 주민으로서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
울산시에서 도시 균형 발전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고 강남이 특권층의 도시로 굳어지면서 많은 국민들은 상대적 빈곤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의 집값과 지방의 집값이 몇배 차이며, 서울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차이는 또 어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북뉴타운 개발을 시작한 서울시를 보면서 울산시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가? 청계천복원에서 힌트를 얻어 태화강 살리기에 힘을 쏟는 것도 좋지만,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울산 도심을 어떻게 골고루 발전시킬 것인가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회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다.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행정도시와 혁신도시가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서울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때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울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늦기 전에 지역 균형발전과 양극화에 눈을 돌리기 바란다. 발전하는 곳만 발전하고 침체된 곳은 계속 침체되도록 방관하지 말고 외곽지역에 대한 지원과 정책적인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
울산시에서 염포산터널 민자 건설을 고집한다면 동구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염포산터널 민자건설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울산시청 앞에서 1인시위도 마다하지 않겠으며 민자 건설 반대 궐기대회라도 갖고 싶다.
울산시가 하찮게 생각하는 동구주민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
동구가 울산광역시의 변방으로 무시당하고 도심 속의 섬처럼 취급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필자의 의견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울산매일신문 2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