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요란한 빗소리가 나더니 청명한 아침이 열렸다.

서울 상공의 연무를 소나기가 다 걷어갔을까. 갑자기 남한산성에 오르고 싶었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남한산성에서 굽어본 서울 시내와 닭도리탕이 생각났다.

아들에게 차를 빌려달라 하니 시큰둥하다. 이 녀석 좀 봐? 내가 너 아니면 못 갈줄 알고?

 

 

 

 

그러나 생각만큼 시야는 맑지 않았다. 습도가 높아 대기는 옅은 베일이 드리웠다.

30년 전의 추억은 아무 데도 없었다.

허물어질듯 낡은 산성은 보수를 거쳐 말끔해졌고, 발 아래 서울은 천지개벽한 듯하다.

불당리 맛집에서 먹은 닭도리탕이 옛 기억을 되살려주었을 뿐.....

 

 

 

 

이 나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울렁울렁 환희가 차올랐다.

고목의 수형도 근사하지만 북한강을 굽어보며 의연히 선 그 자리가 기막히다.

가파른 산길을 타이어 냄새 풍기며 올라온 보람이 있었네~

올 가을 저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들 때, 반드시 다시 오리라.

 

 

 

 

두물머리가 굽어보이는 수종사. 은행나무에 반하고, 조망에 감탄하고....

 

 

 

 

작고 소박한 꽃, 개망초 꽃밭에 퍽 엎어졌다.

크고 화려한 꽃이 눈부시긴 하지만, 개망초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진 않더라.

 화려한 사람보다 소탈하고 평범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듯이.

 

 

 

아이구, 이 여자들아,  언제 철들래??? ㅋ

 

 

 

 

두물머리의 일몰, 잊지 않으리.

하루종일 두 여인 모시고(?) 김기사에 카메라맨까지 해준 여울님께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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