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계절 / 김재진

 

나무 아래 누가 서 있다

약해진 햇살이 구급차에 실려가고

생생하던 이파리가 물들고 있다

발자국 소리가 깊어지고

꽃들의 체온이 그리움의 온도로 바뀌었다

밤이면 창 밖에 수상한 것들이 몰려와 울고 있다

부치지 않을 편지라도 써야 하는지

나무 아래 찾아가 물어보고 싶은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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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 목필균
 
보랏빛 너를 만나면
쭈글쭈글한 외할머니 냄새가 난다
마음의 병이 깊어 누워계셨던
엄마 입에 넣어주신 까아만 환약
한여름을 앓고 난 맥 빠진 기운
시린 바람에 기댄 아낙네를 위해
세월을 달여 환을 진 구절초
가을 들판에 나부끼는 너를 만나면
구절초 여린 꽃잎이 아니라
시린 속 덥혀줄 한 줌의 환약 냄새가
마디 굵은 외할머니의 손길 같다

  
 

 
 

사진에 어울리는 시를 찾다가
구절초를 노래한 시가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어머니를, 누이를, 사랑하는 여인을 은유한 시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에 내 마음에 딱 드는 시가 목필균의 '구절초'였다.
뜬구름 잡는 시 보다 나는 이런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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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Has Seen the Wind
 

   - 크리스티나 로세티(1830∼1894)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지
그러나 나뭇잎들이 흔들릴 때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거지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당신도 아니고 나도 아니지
그러나 나무들이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거지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손각대로 10초 장노출을 찍어야 고수 반열에 든다고.
고수 될 생각은 없으므로 1/10초로 바람을 찍어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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