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날엔 혼자 여길 찾아온다.

구불구불 비포장도로를 달려 해발 천미터 높이에 차가 멎는 간월재.

무성한 억새풀 사이로 드문드문 창포꽃이 처연하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운무가 넘나드는 산정을 바라본다.

바람은 빠르게 운무를 실어나르고 풍경은 삽시간에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억새 숲에서 용케 살아남은 야생화처럼 우리도 이 척박한 세상에서 쌈박하게 꽃피어야 하는데

억새가 너무 억세게 창궐해 꽃 대궁을 밀어올릴 힘이 없네.

  

 

 

 

 

 

너도 참 힘들었겠다. 그 높은 곳에서 비바람 견디며 피었다가 어느새 지고 있네.

 

 

 

 

 

 

간월재에 올 땐 늘 혼자였는데 오늘은 동무가 생겼다.

"간월재에 피리 불러 가자!" 그 한 마디에 찌리리 전기가 통해버린 여인.

 

 

 

 

 

 

나는 피리 부는 아줌마 / 걱정 하나 없는 떠돌이 / 은빛 피리 하나 갖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을 맞아도 /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 입에 피리 하나 물고서 / 언제나 웃고 다닌다

갈길 멀어 우는 철부지 소녀야 / 나의 피리 소리 들으려무나 / 삘리리 삘리리~~~

나는 피리 부는 아줌마 / 바람 따라 도는 떠돌이 /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는 멋쟁이 ^^*

 

 

 

 

 

 

장마 사이로 잠시 햇살이 날 때를 기다려 그는 이 높은 곳으로 올라왔을 게다.

바람을 안고 짧은 도약과 함께 한 순간 공중으로 떠오르는 멋진 비행!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 마냥 /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정희성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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