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한 주일 사이에 산색이 완전히 변했다. 지난 주 그 시간 그 자리에 다시 서본 차마고도.

단풍은 절정인데 연무가 베일처럼 드리워 답답하다.

 

 

 

                                                                                                                                                                                <10월31일>

 

단풍이 다소 일렀지만 시야가 맑았던 지난주. 그러나 빛이 없어 쨍한 사진을 얻을 수 없었다.

한 자리에 앉아 30분을 기다렸는데 햇살은 기어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도도한 녀석 같으니라구.

 

 

 

 

 

 알고보면 세상사가 다 그런지도 몰라. 단풍이 좋을 때는 시야가 안좋거나, 시야가 좋은 날은 단풍이 일러.

단풍 좋은 날 빛도 좋은 자리에 설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가파른 산길을 서너시간 올라야 갈수 있는 저 자리에.

아서라, 시절인연 만나기가 그리 쉬운가. 마음 비우고 가다 보면 우연히 맞아 떨어지는 행운 같은 게 있겠지.

 

 

 

 

 

나이 들수록 순리(順理)를 생각하게 된다. 어거지로 살아온 세월이 후회스러울 때도 많다.

이제 내 앞으로 오는 건 내가 다 받아야지. 왜 내 몫이 이것 뿐이냐고 항변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영험스러운 관음봉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역광의 실루엣에 연무까지 끼었으니.

살다 보면 그런 날도 많더라. 눈 위에 얼음 얼고, 그 위에 칼바람까지 휘몰아치는 날이. 눈 앞이 휘뿌연 날이.

 

 

 

 

 

지장전 문을 활짝 열어놓고 노스님은 아침 일찍 빨래를 하셨나보다. 해진 승복과 내의 한벌이 절 살림을 말해주는 듯하다.

9부 능선 절벽 위에 오두마니 깃든 암자에서 긴 겨울을 묵언수행하실 스님.

산다는 건 거룩한 일이다. 참 거룩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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