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단풍 속으로 한 남자가 가고 있네. 곤고한 세상살이에 몸피가 더욱 줄어든 내 남자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소소 떨어지는 나뭇잎, 이와 같이 우린 가리라. 허공으로 낙하하는 저 나뭇잎처럼 가비얍게 떠나리라.
마지막 정염이 타오르는 11월의 숲. 내 남자도 나도 11월의 생을 살고 있구나.
<11월13일 천성산 공룡능선에서>
표충사 앞 매바위마을에 가면 '신랑한테 잘 하소' 할머니가 있다.
사람 그림자만 보이면 달려와 말을 붙이는 그 할머니, 혼자된 지 오래인지 사람이 무척 그리운갑다.
"새댁들아, 신랑한테 잘 하소. 참말로 잘 해야 된다 카이~" 눈물마저 글썽이며 당부한다.
8순 노인에겐 새댁으로 보이는 내 나이가 부러운 걸까, 든든한 남자가 옆에 있다는 게 부러운 걸까.
사람을 잃어본 사람만이 사람 귀한 줄을 알지. 그래서 자신에게 이르듯 다른 사람에게 당부하는 거야. 신랑한테 잘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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