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수영장에서 돌아오니 밴드에 눈 소식이 떴다.

지난 밤부터 내린 비가 근교산에서는 눈으로 변한 모양. 선 걸음으로 빵 하나 씹어먹고 부랴부랴 차를 몰았다.

폭설이 쏟아지면 달려가 사진 한장 찍고 싶었던 그곳.

 

시가지를 벗어나자 하얗게 눈을 둘러쓴 영남알프스가 장쾌하게 펼쳐졌다.

눈 녹기전에 가야할텐데. 악셀레이터 밟는 발에 마구 힘이 들어갔다.

허둥지둥 계곡을 건너 전력질주- 무릎 아픈 건 뒷전이었다. 시시각각 녹아내리는 눈이 느껴졌다.

나무 위에 앉았던 눈이 기다렸다는듯 머리 위에 눈 폭탄을 퍼부었다.

 

 

 

 

달음질치듯 40분만에 도착한 뷰포인트. 그러나 허망하게도 눈은 거의 녹아버렸다.

통도사 전경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곳,  절집 지붕이 하얗게 눈을 둘러쓴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분하고 억울하다. 1시간만 일찍 왔어도 완벽한 설경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수영장을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난밤 비 내일 때 눈을 예감했어야 하는데.....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봄눈, 손에 쥐었다 놓쳐버린 그 정경이 눈에 삼삼하다.

 

 

                                                                                                                                                                    <2월27일 금봉암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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