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진해로 바람 쐬러 나갔다 만조의 바닷물만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여긴 일곱물이나 여덟물 돼야 물이 빠집니더. 지금은 아이라예~"
얼치기 진사의 본색이 들통난 것 같아 무안하다. 기왕 나온 김에 통영으로 가볼까나.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동피랑에 들렀는데... 오마나, 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어깨를 부딪치며 올라갔다.
새로운 벽화들도 많이 늘었지만 헌집들을 보수하거나 신축해서 옛날 분위기가 영 아니다. 카메라를 꺼내기도 싫었다.
가파른 언덕에 바람은 미친듯 불어대고, 인증샷을 찍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지나다니기도 불편 불편 ㅠ.ㅠ
진해도 꽝, 동피랑도 꽝..... 삼세판이라는데 달아공원 일몰이나 보러 가자~
전국의 진사님들이 열광하는 달아 일몰, 얼치기도 흉내 한번 내볼꺼나.
포인트를 몰라 공원 아래 해안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해 떨어지는 방향을 보고 다시 내려갔다.
울퉁불퉁 갯바위를 타고 트레바스 삼십 분. 장렌즈를 두 대나 장착한 카메라를 만났다.
"오데 그쪽에서 건너오능교? 큰길에서 바로 내려오면 5분이면 되는데."
해 떨어지는 곳은 예상을 빗나갔다. 위에서 보는 것과는 각도가 다르다.
장렌즈는 황급히 자리를 옮겨 내가 건너온 달아공원쪽으로 이동한다. 번개같다.
얼치기는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켰다. 섬과 섬 사이에 해가 떨어지는 걸 꼭 찍어야할 이유는 없으니까.
오렌지빛 황혼에 물든 저 섬 이름이 첼로섬이란 걸 오늘에사 알았다.
바다에 누운 첼로가 묵직한 음색으로 겨울바다를 연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