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주능선과 통도사 전경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조망터. 나는 왜 여기서 연암선생의 호곡장(好哭場)이 생각났나 몰라.
열하일기의 백미로 손꼽히는 큰 울음터는 요동벌판이었지만 나는 이 자리가 정녕 큰 울음터 같다.
고래고래 소리치며 울어도 누구에게 들리지 않고 속이 시원할 듯한 곳, 나의 호곡장!
통도사를 멀찌감치 안고 한 바퀴 도는 통도사둘레길을 2년만에 밟았다. 길은 예전보다 미끈해지고 완만해졌다.
산 속에서 MTB 동호인들을 만나 카메라가 신이 났다. 길도 좋겠다, 모델도 멋지겠다, 더 이상 뭘 바랄까.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에 매여서, 한바탕 울음을 울만큼 살아보지 못한 삶은 얼마나 가련하고 비참한 생이냐.
한 번도 어린애처럼 감정이 다하도록 참된 소리를 질러 보지도 못하고 자기의 욕망에 사로 잡혀 울던 울음의 거짓이라니.
부끄럽구나, 한바탕 통곡할 만한 장소 하나 갖지 못하고 먹고 사는 일에 목매달고 사는 삶이라니.‘
너희들은 매일 울잖니? 아니, 웃는 거라고? 인간들이 가소로워 웃는 거라고?
역광의 강아지풀도 울고 있네. 아니, 흐드러지게 웃고 있네.
바람이 겨드랑이를 간질러 눈부시게 웃고 있네.
이끼낀 바위에 붙어 세찬 물줄기를 견디는 젖은 낙엽.
저리 모질게 살아 남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서바이블 게임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