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비 오다 문득 갠날, 눈물 맺힌 꽃이 보고싶어 숲을 찾았다.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해가 불안해 마음이 바빴을까,
옆구리에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는 마침내 진창에 바퀴를 빠트리고...
개울을 건너려니 밤 사이 물이 불어 종아리까지 잠기게 생겼다.
징검다리 놓기엔 물살이 너무 깊고 빠르다. 신발을 벗고 건너기엔 추운 날씨, 건너편엔 발 디딜 자리도 마땅찮다.
뒤 마려운 강아지처럼 물가를 오락가락하다 그만 철수하고 말았다. 흙탕물 튀기며 여기까지 온 게 아깝다!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니 삼각대를 둘러맨 남자 하나가 카메라 가방을 지고 내가 돌아나온 길로 들어간다.
어쩌나 보자 하고 눈으로 그 남자를 좇았다. 기럭지가 나보다 길지만 설마 저 물길을 건너겠나.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도 나처럼 물가를 서성대다가 돌을 주워 징검다리를 놓더니 훌쩍 개울을 건넜는데
옴마야, 우짜꼬! 마지막 돌이 삐꺽 하더니 휘청거리던 그 남자,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 남자는 물에 빠져서 추운 것보다 내가 보고 있는 게 더 창피할 것이다.
나는 얼른 뒤돌아서 걸었다. 이럴 땐 못본 척해주는 게 예의다.
(아이고, 저 남자도 꽃에 미쳤구나. 젖은 숲에 엎드려 사진 찍으려고 이 아침에 차를 몰고 나오다니.)
변산바람꽃은 비에 지고, 노루귀가 올라왔다.
솜털이 비에 젖어 뭉개졌지만 노루귀 가문의 귀티는 여전하다.
꽃 사진을 제대로 찍어볼까 싶어 매크로 렌즈를 샀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된것 같다.
복수초는 지천인데 왜 그 화려한 꽃에는 눈도 안 가는지...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