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케이블카 타고 설경 보러 댕길줄 우찌 알았겠노. 예전같으면 쥐구멍 찾을 일이재. 참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재.

얼음골 케이블카에 이용객이 그마이 많다 캐도 전혀 구미가 동하지 않았는데... 나도 인자 이빨 다 빠졌데이~

 티켓 한장이면 해발 천미터 근처로 데려다주는 케이블카가 울매나 고마븐지 어제 처음 알았다 아이가.

 

 

 

 

사람의 습관이랄까, 의식이랄까 그런 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구마.

사자평 억새와 물매화를 그리워하면서도, 눈덮인 영남알프스를 상상하면서도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면 된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해봤다 아이가.

산은 반드시 걸어서 올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나도 몰래 갖고 있었던갑재. 융통성 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산 위에서 남난희 생각이 계속 나더마. 그녀와 자일파트너였던 친구를 며칠 전에 만났거등.

가슴 한켠에 아련하게 자리한 연민으로 요 며칠 계속 마음이 아푸다.

 

70년대 산에 길도 제대로 없던 시절, 한겨울 백두대간을 단독종주했던 남난희. 얼핏 보면 남자같이 생겼재.

눈이 허리까지 빠지는 겨울산에 텐트를 쳤는데 달이 너무 밝아 잠이 안 오더라 카더마.

심심해서 텐트 밖으로 나와 눈사람을 만들라캤는데 눈은 안 뭉쳐지고... 우는 것 밖에 할일이 없더라나.

굶주린 멧돼지떼의 습격을 피하느라 텐트속에서 밤새 코펠을 두들겼던 일,

올무에 걸려 거꾸로 매달려 부상으로 절뚝 절뚝 걸었던 눈길...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이고 아팠다 아이가.

 

 

 

 

어떤 여자 엉덩이 닮았재?

 

 

 

 

생각이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친구가 필요한갑다.

내 혼자서는 케이블카 탈 생각도 몬했을낀데 벗들이 있어 10분만에 하얀 능선에 섰다 아이가.

휴게실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마치 내가 몽블랑 정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들더라 카이~

창 밖으로 펼쳐진 영남알프스의 설경과 실뱀처럼 기어가는 울밀선 도로가 울매나 멋지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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