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좌판에 앉은 할머니가 콩을 팔고 있다. 메주콩, 쥐눈이콩, 땅콩.
"올해는 가물어서 콩 농사 망쳤심더. 내가 우리 집에서 맨날 물 주고 키운기라."
아니나 다를까 콩은 볼품없이 작고 쪼글쪼글 할머니 얼굴 같다.
메주콩 한 되 만오천원, 거스름돈이 없다길래 땅콩 오천원어치도 샀다.
어라?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땅콩이 중국산이다. 메주콩이 국산이니까 땅콩도 국산이겠지, 내가 잘못 생각한 거다.
'촌닭이 읍내닭 눈 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어수룩한 듯하면서 영악한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요즘 시골 할머니들이 그런 모양이다.
국산 농작물에 중국산을 교묘히 섞어 팔기도 하고, 더러운 곳에서 기른 채소를 무공해라고 속이기도 하는 모양.
어쩌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도시 사람들을 속여먹나 몰라. 나같이 덤벙대는 도시닭은 그야말로 호갱이네.
내 눈 빼 먹은 촌닭도 알고보면 손주들에겐 더없이 자애로운 할머니시겠지.
(8/13 양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