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홀려 바닷가로 달렸다.

빨간등대가 해무에 잠긴 모습을 담아보려고.

 

 

 

 

 

파도에 밀려나온 미역을 갈쿠리로 건지는 여인을 만났다.

바구니 가득 건져올린 미역을 해변에 널어 말리면 자연산 돌미역이 된다.

상품 가치는 없지만 집에서 먹기는 괜찮다고.

 

 

 

 

 

 

처음엔 몰랐다. 그녀가 몽돌여인 김순연이라는 것을.

초상권 운운할까봐 시선을 피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나를 알아본다.

고단한 삶의 질곡을 지나면서도 '늘 기뻐하라'를 모토로 삼은 그녀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바닷가에 살면서 농사도 짓고 시도 쓴다.

가정을 버리고 딴 여자에게 갔던 남편은 지난 가을 병사하고

홀로 남은 시어머니가 그녀의 몫이 된 모양이다.

그녀가 내게  '오늘을 심다' 시집 한 권을 주었다. 

 

 

 

 

 

5월 바다에는 돌미역 수확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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