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이 참 많다.
봄바다가 그렇다. 초록보다 진하고 남색보다 옅은 색.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명한 하늘이 바다에 그대로 담겨있다.
바닷가에 누가 목재를 부려놓았나.
천년 만년 저 자리에 쌓아놓고 누가 찾으러 오지도 않네.
건조대에 미역을 널어놓고 할매는 하루종일 종종걸음이다.
햇살 좋고 바람 좋아 미역 말리기 좋은 날.
널어놓은 물미역을 수시로 뒤집으며 골고루 햇볕을 보여준다.
"새닥아, 여기 와서 좀 거들어조봐라~"
8순 할매한텐 내가 새댁인가 보다. 건조대를 마주 엎어 미역 뒤집는 걸 도와드렸다.
뒤뚱뒤뚱, 절룩절룩. 온전치 못한 몸으로 왜 저렇게 일을 하실까.
"85살 영감이 배 타고 나가 미역을 건져오는데 내가 눈물이 다 난다."
"일 그만하세요. 이제 효도 받고 사셔야지요."
"그래, 우리가 바보라서 안 그렇나. 자식한테 다 주고 남은 기 엄따. 며느리 좋을 일만 남았다."
건조장에 넣으면 쉽고 빠르게 마를텐데 기어이 햇볕에 말리는 고집.
"그라모 맛이 없다 아이가. 힘들어도 이기 낫다."
곶감도 미역도 인공건조장에서 말라가는 시대, 할매의 고집은 언제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