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수국이 없는 것도 아닌데, 꽃 보러 가자는 핑계로 친구를 불렀다.
거제도의 7월은 수국도라 할만큼 수국꽃이 한창이다.
명품 드라이브 길로 손꼽히는 여차홍포해안을 거쳐 수국축제가 열리는 저구항에서 자뻑사진도 찍고
해금강까지 갔다가 신선대로 돌아왔다.
거제도를 몇 번 왔어도 신선대는 처음이라고 좋아하는 그녀에게
신비한 해안동굴을 보여주마고 큰소리(?)치며 네비를 찍었다..... (여기까지가 딱 좋았는데!)
해안도로 커브길을 돌다가 움푹 파진 곳을 스치나 했는데 순간, 차가 이상하다.
계기판에 위험 표지가 들어온걸 보고 내렸더니 조수석 타이어가 내려앉았다.
보험사에 전화했더니
“고객님이 계신 곳이 도서 벽지로 분류되므로 출동시간이 오래 걸립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초행길, 인적 드문 해안도로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견인차를 기다렸다.
“내가 운전 부주의야. 순발력이 떨어진 게 확실해. 너, 배 고프지? 어떡해?”
“괜찮아, 당황하지마. 점심 좀 늦게 먹으면 어때.”
습도 높은 날씨에 땡볕은 쨍쨍, 짜증이 날만도 한데 친구는 내색도 않는다. 고맙고 미안하다.
나무 그늘아래 40분을 기다렸더니 견인차가 왔다.
타이어 옆구리가 찢어져서 정비소로 차를 견인해야 한단다.(요즘 차들은 예비 타이어가 없다는 걸 처음 알았다.)
불쌍한 내 차를 뒤에 달고 친구랑 둘이 렉카에 올랐다.
나 혼자라면 좀 부끄럽고 무안하기도 했을텐데 기사님과 천연덕스럽게 농담 따먹기까지 하면서 거제 시내로 들어왔다.
남부리에서 동부리로 이어지는 길 양쪽이 전부 수국꽃이 활짝 피어있어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진찍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렉카에 끌려가는 주제에 차를 세우라고 할 수가 있나!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점심 먹으러 간 시간이 오후 2시. 새벽 6시에 나와서 2시에 점심이라니.
거제 맛집 검색까지 해놨는데 거기까지 가다간 창자가 붙을 지경이었다.
낙지볶음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파리바께트에서 팥빙수 후식.
“너한데 좋은 거 많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사고 나서 미안해.”
“아니야. 이만하길 다행이지, 오늘 재수 좋은 날이야. 덕분에 렉카도 타보고 오늘 우리 출세했다 아이가~”
그러면서 친구가 남긴 한 마디
“오늘 신혼여행 기분낼라 캤는데 차가 퍼져뿟다 그쟈?”
둘이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