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컨디션 최악이었던 날 포탈라궁을 관람했다.
제한 시간 2시간, 내리쬐는 땡볕에 아파트 20층 높이의 계단
1/3은 초반에 기권, 1/3은 중간에 기권, 출구로 무사히 나온 인원은 겨우 9명
전날 고산 증세로 날밤을 보낸 나는 거의 기진맥진이었다.
 
 

 

 
어떤 사람은 안압이 올라 눈이 튀어나올 듯하다고 호소하고
얼굴이 선풍기아줌마처럼 부어 못 알아볼 정도가 된 사람, 
토사곽란으로 아예 숙소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두통은 공통 사항이고, 모세혈관이 수축되어 손발이 저릿저릿한 느낌.
평균 연령대가 60대 중반,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했더니 가이드 말, 나이와 상관없다고.
그래도 우리 팀은 고생을 덜 하는 편이라나?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할 때까지 그의 주요 거주지였던 포탈라궁은
토번의 왕 송첸캄포가 637년에 지은 거대한 요새의 잔해 위에
5대 달라이 라마가 처음 세웠다. (1645)
포탈라 궁이라는 이름은 부처가 사는 것으로 여겨진 티베트의 포탈라카 산의 이름에서 따온 것.
건물은 동서로 400m, 남북으로 350m의 규모로 벽들의 두께는 3m나 되고
궁전의 최하단부 벽은 그 두께가 무려 5m나 되며
궁전의 기단에는 지진 피해를 막기 위해 구리를 부어 보강했다.

 
 

 
 

해발 3,700m에 세워진 포탈라궁은 13층으로 1,000개가 넘는 방들이 있다.
1만 개가 넘는 작은 사원들이 그 안에 존재하며, 20만 개에 달하는 불상들이 있다.
라싸의 붉은 산(홍산) 300m 높이에서 기단부가 시작되어
궁전이 사람을 압도하는 듯한 느낌이다.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치며 포탈라궁은 완전히 파괴될 뻔 했으나
주은래가 군대를 보내 보호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문화재에 대한 약탈이 무작위로 자행되어
10만 점이 넘는 귀중한 기록들이 사라졌고, 궁전의 방 속에 있던 보석, 불상, 고대 갑옷 등도 도둑맞았다.

 

 
 

포탈라궁의 하단부에는 거대한 기둥의 숲이 있고, 벽과 문들로 막혀 있다.
이 곳에서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위로 갈 수록 좁아지는 직육면체 모양이며
금빛 지붕들이 그 위에 씌워져 있다. 
포탈라 궁의 핵심 건물들은 붉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으며, 홍궁이라고 불린다.
이 곳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사원, 홀, 기도실들이 있고,
수많은 보석들과 장식, 돋을새김으로 꾸며진 석재들이 이 방들을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백궁은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곳으로 포탈라 궁의 하부에 위치해 있다.
초기 포탈라 궁전의 원형으로 최초의 백궁은 제5대 달라이라마 생전에 만들어져
1649년 그의 왕조가 이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현재의 규모로 확장된 것은 20세기 초 제13대 달라이 라마 때이다.
포탈라궁은 하루 아침에 세워진 게 아니라 수 백년에 걸쳐 증축하고 개축해 이루어진 건물이다.
 

 

 

 

포탈라 궁전의 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띠고 있었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모두 메우고 돌을 깔아 광장을 만들어 현재는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달라이라마가 떠나고 지금은 박물관 겸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는 포탈라궁
1일 입장객 제한으로 관람 예약도 쉽지 않고 내부 구경은 언감생심이었다. 심히 유감이다.
 
 

 

 

성벽에 기대어 라싸 시내를 굽어보는 라마승
붉은 법의가 햇살처럼 강렬하다.

 

 

 
포탈라궁 꼭대기에 펄럭이는 오성홍기가 티벳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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