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낙동강을 보고싶어 길을 떠났다.

양산 수청리에서 토곡산 남서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

걷다가 돌아보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편안하게 흐르고 있다.

경지정리가 잘된 초록의 논과 굽이치는 낙동강 물빛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들머리 구멍가게에서 화장실을 찾았더니 험악한 인상의 할머니가

"화장실 문 잠글라요. 쓰지 마소!!!" 면전에서 악다구니를 쓴다.

도시 사람들한테 질려서 저렇게 변했을 거다. 원래부터 저렇게 야박했을라구.

시골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논밭의 호박이며 채소가 남아나질 않는단다.

우루루 몰려와선 노인네들이 땡볕에 가꾸어놓은 농작물을 죄다 훓어간다는 거다.

그러니 화장실을 빌려주고 싶겠는가. 더럽게 사용하고 뒷처리도 엉망이니 할머니도 힘든 게다.

 

 

남서릉에서 토곡산 정상을 조망한다.

더위도 한풀 꺽이고 일행의 발걸음이 빠르지 않아 선두에 따라붙었다.

아는 얼굴은 아무도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나를 홀가분하게 한다. 자유롭고 편하다.

 

 

최종 목적지 매봉과 그 아래 희미한 새미기고개 도로가 보인다.

능선 조망도 좋고 늠름한 바위 봉우리가 매력적인 코스.

 

 

야생화 '꿩의다리' 매봉 가는 길에서 수없이 만났다.

이 꽃을 찾으려고 밀양 가마소폭포까지 찾아갔는데, 바위에 기어올라 간신히 사진 한장 찍어왔는데

매봉 능선에 포기포기 피어있다.

재물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닌가 몰라. 사랑이라는 것도 그런 게 아닌가 몰라.

눈 번쩍 뜨고 찾아다닐 땐 보이지 않고 우연히 때가 되면 저절로 수중에 흘러드는 것,

때가 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것... 세상살이 이치가 그런 거 아닌가 몰라.

 

 

 

마지막 무명봉우리에서 본 매봉.

의연한 모습에 홀린듯 시선을 빼앗긴다. 바람부는 봉우리에 앉아 한참동안 바라본다.

 

 

네 발로 기어 매봉을 올랐더니 올망졸망 바위 능선이 어곡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탁 트이는 조망 멀리 낙동강은 아련히 물러나고 금정산 능선들이 얇은 베일을 쓰고 다가온다.

 

 

매봉 정상에서 만난 나비 한 마리.

녀석도 낙동강 조망 보러 왔을까? 정상석 근처에서 꼼짝도 안한다.

발 아래 어곡공단의 위용이 대단하다. 어곡 일대가 완전히 파헤쳐진 듯하다.

국토의 곳곳이 뚫리고 잘려나간 모습을 산에 와서 적나라하게 볼수 있다.

군데군데 산을 깎아 벌겋게 드러난 흙들이 생살을 들어낸 것처럼 흉하다.

 

 

매봉에서 자일 타고 하산하는 일행들.

내가 내려올 땐 몰랐는데 뒤돌아 보니 아찔하다.

위험이란 그런 것이다. 그 속에 있을 때는 모르고, 벗어나봐야 비로소 실감난다.

 

 

<산행 기록>

수청리 출발(8시35분)-토곡산 남서릉 타고 정상 (11시50분)-복천암 쪽으로 내려가다가

- 오른쪽 길(복천암) 버리고 직진-고개에서 점심 (12시 10분)먹고 매봉으로 가는 중

무명봉우리(14시30분) 전 갈림길에서 죄회전(표지판 주의)-매봉(15시30분)-새미기 고개(16시)

총 산행시간 7시간30분. 산행중 자주 쉬었고, 일행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발 맞는 사람끼리 걸으면 6시간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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