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지 반영.

 산그림자가 잠겨있는 이른 아침 저수지는 신비로운 서기마저 느껴진다.

 

 

 열흘 전에 왔던 길을 되짚어 운제산 일주코스를 잡았다.

 그때 어디서 길을 놓쳤는지, 반드시 확인해야할 의무와 사명감으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했다.

 열흘 전과는 코스를 반대로 잡았다. 어찌 보면 복습이요, 어찌 보면 검산.

 

 오어지 건너 원효암 앞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시루봉(338m)까지 1시간20분.

 첫 헬기장(420m)에서 오른쪽으로 대왕암을 보면서 큰시루봉으로 진행한다.

작은시루봉에서 큰시루봉(503m)까지 1시간10분. 생각보다 먼 느낌이다.

 낙차가 크지 않은 봉우리들이 올망졸망 이어지는 능선길이 다리품을 팔게한다.

 자장암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나 다시 숲길로 들어서 큰시루봉에 도착하니 12시반.

 

큰시루봉 직전 사거리에서 모든 의문은 풀렸다.

열흘 전 우리는 시루봉 정상에서 밥을 먹고 남쪽으로 바로 내려갔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시루봉 직전 사거리로 되돌아와서 동쪽으로 좌회전했더라면 원효암으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참 궁금한 것은 사람들이 왜 산행기를 헷갈리게 쓰는가 하는 점이다.

'시루봉 직전 사거리에서 좌회전'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길을...

바람 부는 정상에서 보온도시락 끌어안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점심 먹었다.

 

 

 마지막 정염을 불태우는 단풍이 화려하다 못해 현란하다.

 예전에 누가 그랬지. 잠자리에서 7번의 희열을 느껴봤다고...

 이 단풍은 지금 마지막 절정인가봐.

 

 

 올망졸망 고만고만한 산등성이 가운데 운제산 정상이 있네.

 산불감시초소가 아니면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겠더라.

 

 

 '배느리 가는 길' 빨간 아크릴 표식이 나무에 붙어있다.

  어두운 터널 밖은 바깥은 눈부신 햇살.

  우리네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네. 내일 몫은 행복, 내일 몫은 평화.

 

 

 강풍 때문인지 연무가 완전히 걷히고 시야가 확 트였다.

 형산강 건너 포항제철의 위용이 완전히 드러난다.

엄청나게 긴 방파제가 동해의 파도를 막으며 포항제철 앞바다를 감싸고 있다.

 36년간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던 댓가로 받은 돈이 저 회사다.

 박정희-박태준으로 이어지는 권력이동과 근현대 한국 정치사가 생각난다.

 (참,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갑다.)

  

 

비스듬히 기우는 햇살을 받아 가을산은 황홀하다.

 

 

 큰 바위 하나 없는 운제산-시루봉 일대에 유일한 마스코스 대왕암.

 

 - 총 산행시간 6시간 (식사시간 30분, 대왕암 왕복 20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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