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통과하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오늘 밤에도 강물 잔잔히 굽어 흐르고
별들은 머나먼 성하로 가 반짝인다.
<이시영 '시월'>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 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것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흘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빛 총총해질 때까지
< 김사인 '무릎 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