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하게 곁을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찾아들지 않았던 절, 영천 만불사.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우뚝 속은 금빛 불상에 거부감마저 느꼈는데
영천에 주말주택을 마련한 지인을 만나러 가면서 잠시 들렀다 깜짝 놀랐다.
높이 33미터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아미타대불 때문도 아니고, 거대한 황동와불 때문도 아니었다.
만불사에서만 볼 수 있는 해인화장세계(海印華藏世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만 숙연해지고 말았다.
화엄경에 설명된 '연화장세계'의 모습에 따라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규모와 정교함, LED 불빛의 오묘함에 끌려 한참이나 서 있었다.
신라 경덕왕이 당대종에게 만 개의 불상으로 이루어진 가산(假山)을 보낸 것에서 유래된 만불산.
신라 불교의 우수성과 깊은 신앙심을 상징하는 그 산에 20만 기 이상의 불상이 봉안된 곳이 영천 만불사..... 였다!!!
불교식 공원묘원으로 간단하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내세관을 진하게 느꼈다고나 할까.
내친 김에 은해사 백흥암과 운부암도 들렀다.
1년에 두 번 밖에 개방되지 않는 비구니 도량 백흥암은 겉모습만 보고왔지만
구름 위에 뜬 절 운부암은 다시 찾고싶을 만큼 마음에 쏙 드는 절집으로 찍어두었다.
절 앞 연못이 얼어붙어 가람의 반영을 볼 수 없었으니, 내년 봄쯤 다시 간들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