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로 가는 길, 낙엽이 내려앉은 돌계단 위로 그녀가 걸어가고 있다.

단아하게 나이들어가고 있는, 내 나이쯤의 여인. 단풍처럼 곱게 물든 그녀의 세월이 느껴졌다.

 

 

 

 

 

대승사에서 윤필암 가는 길, 단풍 든 숲 사이로 조붓하고 이쁜 길이 나 있다.

오래 전 막막한 심경으로 혼자 윤필암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남편은 입원중이고 아들은 학업중.

막연한 불안과 외로움이 범벅된 감정으로 어둠이 내리는 암자를 혼자 서성거렸던 기억.....

 

 

 

 

 

그땐 여기까지 올라올 생각을 못했다.

사불바위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건너편으로 묘적암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이란 사실도 몰랐다.

몸은 산길에 있었지만 마음은 온통 고뇌와 번민이 가득차 있었으니.....

 

 

 

 

 

윤필암에서 올려다 본 사불암. 조금 전에 올랐던 바위다.

비구니 선방으로 유명한 윤필암은 야생화가 가득 피는 아름다운 절집이다.

 

 

 

 

 

삼백미리로 당긴 사불바위. 바위면에 쪼다 만 듯한 불상이 새겨져 있다.

 

 

 

 

 

통유리를 통해 사불바위를 향해 참배하도록 지어진 윤필암 사불전.

높은 축대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건물 뒤로 낡은 삼층석탑이 운치를 더한다.

 

 

 

 

 

묘적암 가는 길에 만나는 이 돌계단은 대승사-윤필암-묘적암 순례의 하이라이트.

적요한 가을 숲을 흔들어놓는 두 남녀의 사랑놀이가 귀엽기만 하다.

 

 

 

 

귀하신 몸 <둥근잎꿩의비름>이 윤필암엔 지천이고.

 

 

 

 

 

 

 

 

 

 

 

 

늦은 점심을 먹고 김용사에 들렀더니 절집엔 이미 땅거미가 찾아들었다.

오래 전 불안과 절망을 안고 찾았던 절집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본 하루.

세월은 내게만 특별히 잔인하진 않았다.

 

 

 

 

'여행은 즐거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보석  (0) 2014.11.30
바람구두를 신은  (0) 2014.11.17
묘도 가는 길  (0) 2014.10.23
2박3일 고성   (0) 2014.10.08
늦여름 제주   (0) 2014.09.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