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서 여수로 들어가는 길, 이순신대교를 지나 왼쪽으로 묘도라는 섬이 있다.
모심기 전 다랑논에 물 대놓은 모습이 하늘의 반영과 어울려 신비로운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출하는 곳.
봄은 오래 전에 가버렸지만, 다랑논의 가을이라도 담아보려고 길을 떠났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이 오래 전에 추수를 끝내버린 묘도는 '메롱~' 하고 내 염장을 질렀다.
대형 트럭과 중장비들이 쌩쌩 내달리는 다리 위에서 묘도를 내려다보니(사진 위) 심장이 후덜후덜 떨렸다.
이러다 성수대교처럼 갑자기 내려앉는 거 아냐?
묘도에서 재미를 못 보고 순천만으로 내달렸더니 이번엔
갯벌에서 짱뚱어들이 메롱 메롱 나를 놀려댔다. 전화나 한번 해 보고 오지, 바보야~
그래도 용산전망대까지 10분만에 오를 수 있는 단거리 코스를 알았고
칠면초와 갈대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다행아닌가.
갯벌이 만든 그림은 빛의 방향에 따라 문양을 바꾸며 나를 불러세웠고
물 빠진 자리에 남은 흔적들도 자꾸만 내 발길을 붙잡아 돌아오기 싫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