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황홀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흡스골의 아침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나무라고는 시베리아 낙엽송이 대부분, 자작나무 약간. 나머지는 거의 다 초지였다. 그야말로 초지일관~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이슬. 역광을 받아 눈부신 꽃들.

 

 

 

 

땅다람쥐가 먹이를 발견했나 보다. 이 녀석은 게르 주변을 제 집처럼 돌아다녔다.

다람쥐처럼 나무를 타진 못해도 재빠르고 영리한 녀석. 땅굴 속에서 눈만 메롱메롱 내놓고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새벽 달이 지지 않은 시각, 어디로 가는지 비행기 한 대가 긴 비행운을 남기고 간다.

복거일의 소설 '파란 달 아래'가 생각났다.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던.....

 

 

 

 

비행기는 수시로 날아다니는데 막상 내가 타야 할 비행기는 하루에 세 번 뿐이란다.

유럽 여러나라로 가는 비행기가 몽골 하늘 위를 수시로 지나가는 모양.

 

 

 

 

여기가 네이처 캠프였는지 다른 캠프였는지 헛갈린다. 화장실 앞에 손 씻는 곳이 특이해 기억에 남는다.

재래식 화장실에 서양식 변기를 얹은 깜찍한 아이디어 ㅎㅎ

몽골에서 소금호수 다음으로 넓다는 흡스골호수(가장 넓은 곳이 가로 160키로, 세로 40키로 정도)

서쪽 주변을 며칠동안 이리 저리 돌아다닌 흔적들.

 

 

 

 

 

 

 

근처 다른 캠프로 원정 가서 향기로운 차도 얻어마셨다.

뾰족한 저 게르는 차탄족의 전통 집인데 둥근 게르보다 설치하기가 훨씬 간편하다고.

 게르는 장정 세 명이 몇 시간만에 뚝딱 지을 수 있는 집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고족에겐 딱 맞는 가옥(?).

 

 

 

 

 

 

 

신성한 곳이라 발 들여놓지 말라던, 제천의식이 거행되는 오보.

열 두개의 기둥은 십이간지를 상징한다고 마을 노인이 달려와 설명해주었다.

몽골인들은 풀밭을 맨발로 밟는 걸 좋아한다던데, 실제로 마을 노인도 맨발이었다.

 

 

 

 

몽골 국경수비대의 여름 캠프에 여장을 풀던 날,

저 호숫가에서 수영을 했다. 물은 서늘하고 깨끗하고 감미로웠다.

몽골에서 이런 풍광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누군가 말했다. 여긴 꼭 하와이 휴양지 같군~

중국의 자치구인 내몽골과는 전혀 다른 풍경. 내몽골은 중국이 가깝고, 흡스골은 러시아 국경 근처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아름답다. 흡스골의 아침은 더더욱 찬란하고.....

 

 

 

 

"얘, 꽃은 먹지 말고 풀만 먹어야 해. 알았지?"

낮게 타이르는 그녀가 엉겅퀴 꽃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웠다.

 

 

 

 

하트갈 마을 뒷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드넓은 초원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짐승들, 빨강 파랑 원색의 지붕들이 앙징스럽던.

 

 

 

 

흡스골에서 첫 밤을 묵었던 달라이 캠프도 건너다 보인다.

잠시 상실했던 방향감각을 얼른 되찾았지만, 이 드넓은 땅에서 뭘 어쩌겠다고?

 

 

 

 

마지막 숙소는 귀빈들이 쉬어 간다는 최신 캠프였는데 기대만큼 근사한(?) 곳은 아니었다.

마굿간 냄새 풀풀 나고, 전기는 밤에 잠깐 들어오는, 물이 귀한 다른 게르보다야 훨씬 나았지만.

게르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며 누군가 "이게 무슨 생 고생이야?" 툴툴거렸지만 나는 별로 불만 없었다.

이 불편과 부족함을 느끼려고 몽골에 온 게 아닌가. 문명을 떠나 원시로. 디지탈을 떠나 아나로그로.

몽골에서 보낸 6일 동안 나는 스마트폰을 한 번도 켜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아나로그로 자연에 젖어들고 싶어서.....

 

 

 

 

이렇게 넓은 호수가 있는데, 게르에는 왜 물이 없는 거지?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니, 눈 앞의 물을 끌어올 수가 있나 ㅎㅎ

 

 

 

 

원주민들의 전통시장. 조악한 악세사리와 유제품을 가공한 과자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몽골에서 탈 만한 건 다 타본 것 같네.

비행기도 국제선 국내선 다 타봤고, 호수를 건너는 배도, 초원을 달리는 말도 타봤으니.....

 

 

 

 

맨땅 놔두고 웅덩이로 첨벙첨벙 걸어가는 저 녀석. 어릴적 내 모습 같다 ^^*

'여행은 즐거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박3일 고성   (0) 2014.10.08
늦여름 제주   (0) 2014.09.02
몽골 여행-2  (0) 2014.08.19
몽골 여행-1  (0) 2014.08.17
뜬구름 잡기  (0) 2014.07.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