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푸른 하늘을 본다. 몽골의 초원 위에 펼쳐진 하늘이 저런 빛일까?
뜬 구름을 잡으려는지 거미는 공중에 집을 지어놓고 어디론가 마실을 갔다.
가까이 있어서 소홀하게 여기곤 하는 경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외로 모르는 곳도 많은.
최부자집 능소화도 보고, 남천 위에 옛 모습으로 복원된 월정교도 보고.....
인공미 만점의 불국사 같은 건물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풍광이 나는 더 좋다.
되도록이면 손 대지 않은 것, 낡고 오래된 것. 그래서 나는 몽골을 꿈꾼다.
'구토란요'에 들렀더니 백련은 상기 아니 피었더라.
땡볕을 피해 원두막에 앉아 주인(기현철)과 차 한잔. 그의 다완 작품도 양껏 구경하고.
옛날에 도랑이 있던 자리라고 '구 또랑'- 그게 '구토란' 지명으로 굳었다나.
20여년 전 기현철 씨가 여기 들어올 때만 해도 박달 지역은 경주의 오지였다.
능소화 몸이 뜨거운 것은
죽자 사자 부여안고 다리에 다리를 걸쳐 휘감는 게
최대한의 사랑인 줄 알기 때문이다 (중략)
내려놓을 줄 모르는 저 넝쿨의 무한대의 열망 덕분에
여름날 인근 마을 꽃들은 일찍 불을 끄고 잔다 <안도현 '능소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