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몽골 칭키즈 공항까지 4시간, 거기서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 2시간 정도 날아가면 무릉.

무릉에서 비포장도로와 진배없는 포장도로를 쉼없이 달려 3시간..... 그렇게 닿은 곳이 흡스굴호수였다.

전날 밤 늦게 도착해 호숫가 게르에서 잤는데 밤새 기온이 너무 떨어져 오들오들 떨었다.

가져간 옷을 다 껴입고 잤는데도 난로에 불이 꺼져 코끝이 시렸다. 추워서 늦게 일어났더니 아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쩝~

 

 

 

 

 

 

 

아침 이슬에 신발을 흠뻑 적시며 호숫가를 누볐다. 주위를 조망하려고 달라이캠프 뒤 야산에 올랐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로 너그럽게 쏟아지는 햇살, 역광에 드러난 짐승들의 실루엣. 에델바이스가 카펫처럼 깔린 풀밭.....

몽골 여행중 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날이었다. 집 나온 짐승처럼 혼자 여기저기 헤매며 찍고 또 찍었다.

 

 

 

 

흡스굴은 몽골의 스위스라 불리는 맑고 아름다운 호수. 내몽골에선 볼 수 없는 풍광들이 펼쳐진다.

제주도의 1.5배 크기로 바이칼호수의 원류 중 하나. 해발 1,650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매화마름, 물여뀌 등등 온갖 수생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구름이 퐁당 빠져있는 호수는 얼마나 이뻤는지.....

 

 

 

 

첫날 테를지에서 물매화를 보고 환성을 질렀는데, 흡스굴에 오니 온 사방에 물매화가 좍 깔렸다.

물매화 보려고 정선 덕산기계곡까지 갔었는데..... ㅎ

 

 

 

 

내 평생 볼 물매화 여기서 다 봤다. 이젠 물매화 보러 강원도 안 갈란다!!!

 

 

 

 

고산지대라 가을이 빨리 오는 몽골은 지금 가을꽃이 한창이다.

9월 중순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 겨우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땅. 꽃을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두어달 정도나 될까.

 

 

 

 

카르페 디엠(Carpe diem)~~~

 

 

 

 

50인승 프로펠라 비행기를 타고 무릉으로 이동하며 내려다본 풍경.

구비구비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강 줄기가 목숨 같다. 기구한 듯, 허망한 듯, 끈질긴 명줄.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조선시대 산경표의 개념이 여기서도 적용되네 ㅎ

 

 

 

 

몽골 사람들의 90% 이상이 믿고 있다는 라마교(티벳 불교)의 대표 성지 간단(gandan)사원.

간단은 '완전한 즐거움을 주는 위대한 사원'이란 뜻.

저 건물 안쪽에 27미터 높이의 거대한 불상이 있는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돈 내야 한다..... ㅠ.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유명 사원인데 실제로 150여 명의 라마승들이 수도를 하고 있다고.

 

 

 

울란바토르 시내 한 복판에서 만난 몽골인. 잠든 아이를 안고 가는 모습이 한국의 아버지랑 닮았다.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를 두고 친구들이 좌우로 늘어서 신랑 신부를 잡아당기고 있다.

키스하는데 좌우에서 당겨도 절대 떨어지지 말아야 사랑이 영원하다나?

 

 

 

 

대명천지 시내 한 복판에서 나누는 신랑 신부의 키스.

물론 이런 결혼 이벤트는 몽골의 신세대 상류층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어쩐지 친근한 얼굴, 어린시절 고향에서 만난 이웃들 같이 낯익은 사람들.

흑백사진 속에 남아있는 옛 사람들을 만난듯 와락 반가움이 솟았다.

 

 

 

 

장하이 고개를 넘어 흡수굴호수로 걸어 내려간다.

바다같은 호수, 몽골 사람들이 '어머니의 바다'라고 부른다는 그 호수로.

 

 

 

 

몽골 여행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7학년 언니.

유창한 영어에다 세련된 국제 매너,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타인들에 대한 배려 또한 짱이었다.

끼니 때마다 한국에서 가져온 밑반찬을 내놓던, 예쁘고, 씩씩하고, 순발력 있는 왕언니. 인생의 황금기는 저렇게 누려야 하는 거다.

 

 

 

 

 

 

 

백두산 천지주변에 많이 피는 두메양귀비가 호수 주변에 좌악 깔렸다.

몽골에서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 "좌~악 깔렸다." ㅎ

 

 

 

 

물빛도 물빛도 어쩜 이리 고우냐!!!

 

 

 

 

 

 

 

한밤에 이동하다 문득 만난 풍경. 달빛이 너무 좋아 손각대로 찍었다.

 

 

 

 

달빛 아래 두 연인. 여행 내내 손을 꼭 잡고 다니던 부부.

한의학을 공부한 아들이 군의관 복무중 그만 하늘나라로 이민을 가버렸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넘어 그들은 서로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시련을 통해 그 사랑이 더 굳어지게 된다..... 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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