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제주도는 한가롭고 평화롭다.
벌초를 끝내고 하룻밤 묵은 월령마을에서 늦둥이 선인장꽃에 홀딱 반하다.
유월이면 노란 꽃물결을 이룬다는 선인장마을, 온 동네가 선인장이다.
밭에도, 길가에도, 담벼락에도.....
주마간산 남의 나라 훑고 다니는 것보다 우리 땅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도 문화도 낯선 땅을 겨우 며칠 둘러보고 뭘 제대로 느끼며 표현할 수 있을까.
흑룡만리 돌담을 경계로 집집마다 선인장 농사를 짓는 월령마을.
멕시코 등지에서 해류를 따라 제주에 정착한 선인장이 지금은 마을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고.
저 물빛을 무슨 색이라고 해야 할까? 마땅한 형용사가 없어 표현할 수가 없네.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하수종말처리장이라니..... 제주도, 멋스럽다!!
오래 전 내가 첫눈에 반했던 협재. 그 맑고 정결한 물과 모래톱.
요즘은 이렇게 노는 게 대센가 보다. 너도 나도 스마트폰 셀카~
구엄마을 소금빌레. 천연 암반에 바닷물을 가두어 돌소금을 만들었다는.
날씨 때문에 스케줄 짜기가 쉽지 않았다.
제동목장 삼나무 숲을 보러 갔다 헛걸음치고 산굼부리로~
얘들은 또 이러고 노네. 폴짝 뛰는 것도 요즘 대센가 보다.
물 위의 교회 '방주교회'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준의 작품으로 유명하다길래 일부러 가봤다.
제주의 초가를 형상화한 지붕과 토속적인 정원이 어우러진 '포도호텔'
이 역시 이타미준의 작품.
제주 사람들은 밭에다 묘를 쓴다. 짐승이나 들불이 못 넘어가게 돌담을 두르는 게 특색.
중학교 졸업후 고향을 떠나온 저 남자는 나보다 제주 지리를 더 모른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근면과 성실을 재산으로 살아온 세월이 곧 이순(耳順).
재산도 명성도 물려받은 건 없지만, 변함없는 효심으로 매년 벌초하러 바다를 건너 다닌다.
덕분에 잿밥에 눈 어두운 나는 벌초 끝나기 무섭게 제주를 한 바퀴 돌고 나온다. (8월31일, 엉또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