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산마을엔 홍보석 수확이 한창이다.
봄에는 노란 꽃으로 멀미나게 하더니 가을엔 붉은 보석을 가지마다 매달았다.
조상들이 거랑 가에 심어놓은 산수유나무가 효자 노릇을 톡톡이 할줄 아무도 몰랐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지만, 산수유 농사로 아이들 공부시키고 전답도 사들였으니.
실하게도 달렸다. 근디, 저걸 언제 다 딴다냐?
새참 먹느라 밭둑에 앉은 노부부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갑다.
그러나 산수유가 '돈'이 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개울 바닥에 그물망을 펴놓고 산수유 열매를 모아 깨끗하게 씼은 뒤 말려야 하고
마른 뒤에는 씨를 발라내어 가공하는 과정이 남았다. 뭐든 대가 없는 소득은 없는 법.
아이구, 이넘의 허리야~~~
오래 전 기억 속의 그 집이 아직 남아있었다.
삭아내린 지붕, 삐걱대는 골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을 견디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빈집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