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유화 한 점을 보는 듯한 풍경.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담배창고(담배 건조장)가 낡은 양철지붕과 어쩌면 저리도 어울리는지.
일월산이 목표였는데, 정작 내 눈에 쏙 들어오는 건 허름한 담배창고였다.
"영양 가보고 싶어요. 티비 '갈데까지 가보자'에 나왔는데 풍경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일월산 계곡 끝자락이던데..."
동행을 제의한 여인의 말에 "서울 가서 김서방 찾기 아냐?" 하면서도 오래전 가본 영양의 기억을 떠올렸다.
7번 국도 타고 포항-영덕- 영양으로 넘어갔는데 마을마다 복사꽃이 몽실몽실 피고 있었다.
오래전, 처음 이 탑(봉감모전석탑)을 보는 순간 나는 전률을 느꼈다.
드넓은 초지에 오두마니 선 모습이 건너편 갈모산 석벽과 너무나도 어울리는데다 옆으로 강(반변천)이 흐르고 있었다.
빛 좋을 때 다시 오리라 했던 게 벌써 6~7년 전이라니....
영양은 봄 기운이 늦어도 한참 늦다. 이제막 연두빛 새순이 돋아나는 나무들, 화사한 벚꽃 터널..
새벽 일찍 나선 덕분에 봉감모전석탑-서석지-곡강 척금대-주실마을- 도곡마을까지 알뜰하게 돌아봤다.
그 유명한 수비계곡을 목전에 두고 놓친 거라든지, 하옥에서 상옥까지 엉뚱한 길을 헤맨 건 즐거운 에피소드로 남았다.
영양의 절경으로 꼽히는 척금대 정경.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미안할 지경이다.
절벽 아래 휘돌아가는 곡강의 푸른 물결과 암벽 틈틈이 붙어 자라는 측백나무, 갯버들.....
간만에 장거리 나섰으니 실컷 돌아다니자고 옥계계곡으로 차 머리를 돌렸는데
죽장으로 넘어가는 옛길(비포장)을 찾다가 해가 저물고 말았다.
그러나, 잘못 들어선 그 길에서 무릉도원을 만났으니 오늘 여행은 횡재한 거다. (4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