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고지엔 이제막 억새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발그레한 얼굴.
길섶엔 오이풀이 한창이다. 오이향이 상큼한 저 풀처럼 싱그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신불평원은 갓 태어난 억새들 잔치. 운무 속에 함초롬히 젖은 억새 사이로 구름에 달가듯 걸어간다. 아니, 떠간다.
하루종일 운무 속을 헤맸네. 막막한 인생 같더군.
기적처럼 잠시 햇살이 비추는 순간, 찰나에 스친 풍경.
돌배나무 아래 신불샘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