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두빛을 보려고 2시간을 달려갔다. 아직 초록이 되지 못한 연두!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괴테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 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 가늘고 긴 팔을 높이 뻗어서 /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해진 하느님 /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 바야흐로 낯 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 맨 처음 발설한 것은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 희희낙락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 겁없이 멋대로 발랑까진 십대들 /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뱃불처럼 /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 나로서는 대책없는 봄날입니다
<임영조 '대책없는 봄'>
봄을 낚으시나요? 아니, 벌써 봄에 낚이셨군요.
이 사진 올려놓고 저는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광양 옥룡사지-하동 뒹굴뒹굴책방-조씨고택-남해 물미해안-다랭이마을
계획은 어긋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니까 다른 데로 튈지도 모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