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한 지 8년만에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한다.

24층 높이의 외줄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인부를 보는 순간 카메라가 생각났다.

허리 높이의 발코니 밖으로 몸을 내밀어 앵글을 잡고 연속으로 촬 촬 촬~

혹시라도 남자가 나를 쳐다볼까봐 쫄면서도 찍고 싶은 본능은 어쩔 수가 없다.

머리 위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남자는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고...

조마조마한 시간이 5분 아니면 10분쯤이었을까.

외줄 하나에 몸을 묶고 밖에서 안을 쳐다보는 저 남자는 어떤 기분일까?

 

 

 

태풍이 올 때마다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이 된다.

기상재해 때문에 재산손실을 떠안는 건 뒷일이고, 얼마나 큰 파도가 올지 자못 궁금하다.

태풍 지나간 뒤 바닷가에 나가보면 나처럼 철없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세상을 호령하며 휘몰아치던 바람, 써핑보드 타듯 파도를 타고 가버렸다. (8월3일 주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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