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사에 나가면 하루가 마디다. 아침 몇 시간이 하루의 길이를 늘여준다.

똑같은 하루를 길게 쓰는 느낌. 아침형 인간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해가 떠오르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폐기물도 새벽 빛 속에서는 신비롭다.

 

 

 

 

작가들이 밤에 글을 쓰는 이유, 사진가들이 새벽에 사진을 찍는 이유, 비슷하지 않을까.

맑은 정신으로 사유의 두레박을 길어올릴 수 있는 시간. 신비로운 빛을 만나는 시간.

 

 

 

 

나는 빛을 등지고 실루엣을 드러낸 피사체를 좋아한다.

암부에 감춰진 표정이나 스토리를 상상하는 일이 즐겁다.

 

 

 

 

맑은 눈망울에 두려움을 가득 담고 구석으로 몰려간 녀석들.

임마, 긴장 풀어!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네가 나를 물지 않는 한.    <9월13일 가덕도>

 

 

 

 

왜 쓰는가? 왜 찍는가?

이유는 똑 같다. 쓰고 싶기 때문에, 찍고 싶기 때문에.

 

 

 

 

가끔 마음에 드는 문장을 완성하고 혼자 기뻐하는 것처럼 사진도 똑같다.

수백 장 중에 한 장이라도 내 마음에 들면 대박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글은 독자의 몫이고, 사진가의 손을 떠난 사진은 관람객의 몫이다.

 독해(讀解)를 가르치지 말 것, 사진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말 것.

자기 미화나 합리화에 매달리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너도 부끄럼없이 햇살에 몸 내놓고 싶었구나.

 

 

 

 

문화마을 타이틀이 붙은 언덕바지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주인은 어느새 외국 이민자들로 바뀌고 있는.....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온해변의 가을  (0) 2014.10.19
빛 사냥  (0) 2014.09.21
찍사 본능  (0) 2014.08.03
해바라기가 있는 풍경  (0) 2014.07.27
너도 그래?  (0) 2014.06.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