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도 가을이 왔다고 해국이 기별하더라.
니콘 D600 수리를 맡긴 지 어언 열흘.
카메라를 분해 조립하고 있는지, 녹여서 재생산하고 있는지 오늘까지 감감 무소식.
손에 카메라가 없으니 사진 찍을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건 무슨 일?
예전에 쓰던 하이엔드(캐논 파워샷 G7)를 들었더니 초점도 안 맞고 프레임도 안 나온다.
아침에 해국 찍으러 오겠다던 분이 장소를 잘못 찾아와 못 만나게 되었는데, 내겐 오히려 다행이었다.
화력 좋은 장비로 무장한 그분들 곁에서 하이엔드 들고 설쳤더라면 어쩔 뻔했나 ㅎ
대왕암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재작년에 내가 찍은 해국 모델이 없다.
바위 벼랑에 늘어져 새파랗게 질려있던 그 꼬마 해국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름다운 건 정말 잠시였구나. 한때였구나.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볼수록 기이한 모습의 대왕암 바위들.
누워있는 남자의 옆모습도 보이고, 변강쇠 양물을 닮은 바위도 있었네.
30년 동안 근처에 살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사진하면서 하나 둘 다시 보이는 것들.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새롭게 보게 되기를~